비트코인을 어느 정도 본 사람이라면 한 번쯤 이런 의문을 가졌을 겁니다. “배당도 없고, 이자도 없고, 임대수익도 없는데 도대체 왜 가격이 붙는 걸까?” 주식이나 부동산에 익숙한 시각으로 보면, 비트코인은 설명하기 까다로운 자산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장은 매일같이 가격을 매기고, 거래는 끊이지 않습니다.
이 지점에서 많은 논쟁이 시작됩니다. 누군가는 “내재가치가 없으니 언젠가는 0이 된다”고 말하고, 또 누군가는 “가치 평가 방식이 다를 뿐”이라고 반박합니다. 중요한 건 어느 쪽이 맞느냐보다, 비트코인은 기존 자산과 전혀 다른 방식으로 가격이 형성된다는 사실입니다.
이 글에서는 비트코인 가격이 어떻게 만들어지는지, 그리고 왜 전통적인 가치 평가 잣대가 잘 맞지 않는지를 구조적으로 살펴봅니다.
전통 자산의 가격 논리가 통하지 않는 이유
주식은 비교적 명확합니다. 기업이 돈을 벌고, 그 이익이 주주에게 돌아갈 가능성을 숫자로 환산합니다. 채권은 더 단순합니다. 언제 얼마를 받을지가 정해져 있고, 그 약속의 신뢰도가 가격에 반영됩니다. 부동산 역시 실거주나 임대라는 사용 가치가 가격의 바닥을 형성합니다.
비트코인은 이 모든 기준에서 벗어나 있습니다. 미래 현금흐름을 계산할 수도 없고, 할인율을 적용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전통 금융의 언어로는 “가치를 산정할 수 없다”는 결론이 나옵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를 짚어야 합니다. 가치를 산정할 수 없다는 말과, 가격이 형성되지 않는다는 말은 다릅니다. 비트코인은 가치 평가 모델이 없을 뿐, 가격 결정 메커니즘은 매우 단순합니다.
비트코인 가격의 핵심은 ‘수요와 공급’
비트코인 가격은 철저하게 수요와 공급으로 결정됩니다. 더 정확히 말하면, 한정된 공급 위에 얼마나 많은 수요가 올라타느냐의 문제입니다. 비트코인은 발행량이 구조적으로 제한돼 있고, 그 규칙은 쉽게 바뀌지 않습니다.
이 구조에서는 새로운 정보가 가격에 미치는 영향이 큽니다. 제도 변화, 규제 이슈, 기관 자금 유입, 거시 환경 변화 등이 모두 수요 측 변수로 작용합니다. 수요가 조금만 늘어나도 가격은 민감하게 반응합니다. 반대로 수요가 빠질 때는 방어선이 약해집니다.
즉, 비트코인 가격은 ‘얼마가 적정한가’를 묻기보다는, ‘지금 이 가격에 사고 싶은 사람이 더 많은가’를 묻는 구조에 가깝습니다. 이 점을 이해하지 못하면 비트코인의 변동성은 항상 비이성적으로 보일 수밖에 없습니다.
“내재가치가 없다”는 말의 정확한 의미
비트코인에 대해 자주 나오는 말이 있습니다. “내재가치가 없다.” 이 표현은 절반만 맞습니다. 정확히 말하면 현금흐름으로 계산 가능한 내재가치가 없다가 맞는 표현입니다.
하지만 시장에는 이런 자산이 비트코인만 있는 것은 아닙니다. 금 역시 현금흐름을 만들지 않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수천 년 동안 가치 저장 수단으로 기능해 왔습니다. 차이는 금은 물리적 실체와 오랜 신뢰를 갖고 있고, 비트코인은 디지털 네트워크와 코드 위에 신뢰를 쌓아가고 있다는 점입니다.
결국 비트코인의 가격은 “얼마를 벌 수 있느냐”가 아니라, “이 시스템을 얼마나 신뢰하느냐”에 의해 좌우됩니다. 이 신뢰가 흔들리면 가격은 급락하고, 신뢰가 강화되면 가격은 빠르게 상승합니다. 그래서 비트코인은 늘 과하게 움직입니다.
비트코인을 이해할 때 중요한 것은 이 자산을 주식처럼 보지 않는 것입니다. 현금흐름이 없다는 사실을 단점으로만 볼지, 아니면 완전히 다른 게임의 규칙으로 받아들일지에 따라 판단은 크게 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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