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월급을 받기 시작하면서 투자를 시작했습니다. 큰돈은 아니었지만, 매달 들어오는 급여가 안정적인 안전망처럼 느껴졌습니다. 잃어도 다시 벌 수 있다는 생각이 판단을 가볍게 만들었습니다.
처음에는 수익도 났고, 계좌가 늘어나는 경험은 자신감을 빠르게 키웠습니다. 하지만 3년이 지나 돌아보니, 그 자신감이 가장 위험한 요소였다는 걸 알게 됐습니다. 이 글은 수익 자랑이 아니라, 월급이라는 전제가 어떻게 투자 판단을 왜곡했는지에 대한 기록입니다.
월급의 착시 효과
월급은 투자자에게 심리적 안전망으로 작용합니다. 손실이 나도 다음 달에 급여가 들어온다는 사실이 리스크를 과소평가하게 만듭니다. 이 착시는 투자 금액을 키우는 데 주저함을 없애고, 손실에 대한 경계를 무디게 합니다.
저 역시 월급이 있다는 이유로 손실을 쉽게 넘겼고, 계좌의 변동을 일시적인 현상으로 치부했습니다. 문제는 시장이 아니라, 월급이 만든 착각이었습니다.
손실에 둔감해진 판단
초기 손실은 빠르게 무시됐습니다. 월급의 일부라고 생각하니 손실이 실제 자산 감소로 체감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이 과정에서 손절 기준은 점점 흐려졌고, 버티는 시간이 늘어났습니다.
손실이 커질수록 판단은 더 늦어졌습니다. 손절은 선택이 아니라 실패처럼 느껴졌고, 기다리면 회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반복됐습니다. 이때부터 투자는 전략이 아니라 희망에 가까워졌습니다.
자금 규모의 비대화
월급이 쌓이면서 투자 금액도 자연스럽게 커졌습니다. 계좌 비중이 커질수록 판단은 오히려 더 어려워졌습니다. 손실 규모가 커지자 감정 개입이 늘었고, 매매는 점점 느려졌습니다.
자금이 커질수록 리스크 관리가 중요해지지만, 당시의 저는 반대로 움직였습니다. 월급이 계속 들어온다는 사실이 자금 확대의 정당성처럼 작용했습니다.
생활과 투자의 경계 붕괴
투자 손실은 어느 순간 생활 전반에 영향을 주기 시작했습니다. 소비를 줄여 투자 손실을 메우려 했고, 그 과정에서 생활비와 투자금의 경계가 흐려졌습니다.
이 단계에서는 투자가 목적이 아니라 문제 해결 수단이 됩니다. 더 벌기 위해 투자하는 구조가 만들어지고, 판단은 더 조급해집니다. 이때부터 투자는 삶의 균형을 흔드는 요소가 됐습니다.
생존 기준의 재정립
전환점은 큰 수익이 아니라, 더 이상 흔들리지 않고 싶다는 감정에서 시작됐습니다. 월급과 투자를 분리하고,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범위를 명확히 정했습니다. 손절 기준과 투자 비중을 수치로 고정하면서 판단의 여지를 줄였습니다.
이후 수익률은 화려하지 않았지만, 계좌와 생활은 안정됐습니다. 투자에서 살아남는다는 것은 크게 버는 것이 아니라, 무너지지 않는 구조를 만드는 일이라는 걸 체감했습니다.
월급으로 시작한 투자는 접근성이 높은 만큼 위험도 큽니다. 안정적인 수입은 리스크를 줄여주는 장치가 아니라, 판단을 흐리게 만드는 요인이 될 수 있습니다. 3년 동안의 시행착오는 투자의 문제가 아니라 구조의 문제였습니다. 월급이 있다는 사실을 전제로 한 투자는 언제든 삶의 균형을 무너뜨릴 수 있습니다. 생존을 위한 투자는 수익보다 구조를 먼저 점검하는 데서 시작된다고 생각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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